기업을 선택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서류를 준비할 차례다.
(아직 기업을 선택하지 못한 분이라면, 이전 글을 참고해주세요!)
>>설마 지금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지원하고 있나요..?(회사 선택 기준)
원하는 기업에 지원을 하려 하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자유양식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유가 주어지면 불안해한다. 일정한 양식이 주어지면 편한 것은 사실이다. 모호함을 기피하는 것은 인간의 지극이 근본적인 속성이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자유양식은 오히려 기회로 삼기 좋은 먹이다. 지원서류를 자유양식으로 받는 것은, 서류 단계에서부터 지원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충분히 준비된 지원자라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자유양식이 아닌 다른 기업을 찾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분한 준비를 갖추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기업이 자유양식으로 서류를 받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탈락하기 쉽다. 아래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보며, 자유양식에 대해 이해해보자.
1. 문서작성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서류 지원단계에서 지원자의 문서작성 능력을 볼 수 있을까? 자유양식이라면 가능하다. 제각기 다른 지원서를 보며, 항목을 구성하는 법, 이미지와 글의 배치, 논리 구조, 지원서 전체를 통해 느껴지는 설득력 등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사람인, 잡코리아 등에서 제공하는 기본 양식을 제출하는 것은 이와 같은 역량을 보여줄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경험이 적은 지원자라면, 취업 포탈이 제공해주는 기본 양식을 한 번쯤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여러 양식들을 보며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항목을 정리해보자. 그 항목들은 필수로 들어가야만 하는 요소들이다. 이름, 나이, 주소, 증명사진, 활동 이력 등이 그렇다. 각각의 항목은 이력서 작성 요령에서 한꺼번에 다루어 보도록 하고, 지금은 자유양식이라는 형식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필수로 들어가야 할 항목들을 정리했다면, 이 외에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항목들을 작성해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요소'가 아니라 '기업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요소'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적절히 섞어서 항목을 구성하는 것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반 정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자신이 유리한 양식을 직접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기업이 원하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기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아래 순서대로 모두 대답할 수 없다면, 본격적인 작성 이전에 고민과 조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1) 해당 기업에서 지금 필요로 하는 인재는 어떤 모습인가?
2) 그 인재가 갖추어야할 역량은 무엇인가?
3) 그 역량과 내가 적합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위 세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본격적으로 서류 작성을 시작해보자. 여기서 서류라 함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모두 지칭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취업 포털에서 받은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자. 신입이라면 '직전 연봉' 항목을, 여성이라면 '병역사항' 항목을 지우는 정도의 성의는 기본이다. 지면 위에 자신을 설명하는 것과 관계없는 영역을 남겨두지 말자. 채용 담당자는 수백, 수천 장의 이력서를 본다. 서류를 검토하는 피로도는 최소화시키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매력적인 서류가 합격할 수밖에 없다. 자신과 관계없는 항목은 지우고,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강조할 수 있는 양식을 만들어보자. 읽기 편하고, 완성도 있는 비주얼로 나타낼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 템플릿은 다른 지원자도 사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무방하다. 완성된 이력서, 자기소개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의 완성도를 통해서도 평가받을 것이다.
다음은, 기업이 자유 양식을 선호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2. 지원자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
지원자의 가치관은 자기소개서의 텍스트를 통해서만 전달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받고 한참 동안 고민한 결과인 자기소개서보다, 무의식적으로 구성된 자유양식 서류의 항목이야 말로 지원자의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자가 무엇을 어떤 순서로 강조하는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정보를 어떤 식으로 제공하는지를 보면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항목을 구성하는 방식은 담고 있는 의미가 많다.
어떤 정보를 어떤 형식으로, 어떤 순서로 구성했는지는 지원자의 가치관과 연관된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지원자가 기업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을 위한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채용에서, 자신의 오프라인 이벤트 경험을 강조하는 지원자의 서류가 매력적으로 보일리 만무하다. 기업에서 원하는 직무 능력을 강조한 서류는 그 내용 자체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형식을 통해서도 지원자가 지원하는 자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부분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기업이 듣고 싶어할 이야기'에 집중하자. 앞으로 이어지는 모든 채용 과정의 기본이다.
다만, '기업이 듣고 싶어할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는 첫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채용과정은 합격하는 그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합격 이후 회사 생활을 행복하게 지속할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이 듣고 싶어 할 이야기만 강조하다 보면, 정작 나의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게 된다. 이런 지원서에서는 지원자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음은 둘째 치고, 기업에서는 해당 지원자가 기업과 얼마나 어울릴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치 않게 된다. 운이 좋아 합격하더라도, 기업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은 지원서류를 통해 지원자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판단하는 것은 '지원자와 우리 회사가 어울릴 수 있을지'이다. 그러니 회사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되, 자신의 이야기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해야, 나와 충분히 어울리는 기업을 찾아 입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떨어졌을 경우에도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단지 기업과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스로 느끼기에 자신의 능력이 기업의 능력과 어울리지 않았다면 능력치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될 것이고, 본인의 가치관과 기업의 가치관이 어울리지 않았다면 입사하기 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여기고 더 핏(fit)이 맞는 기업을 찾으면 된다.
기죽지 말자. 이제 시작일 뿐이며,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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