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할지 정했다면 이제는 어느 기업에 다니면 좋을지 선택할 차례다.
(정하지 못한 분이라면 참고해주세요! >>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을 때)
혹시 ‘이력서를 정리하기도 전에 기업부터 골라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런 글도 준비되어 있다.
대학 입시에는 원서비가 있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전략적으로 학교를 선택해 지원하곤 했다. 하지만 입사지원에는 지원비가 없다 보니, 것 없다’며 이곳 저곳 같은 지원서를 찔러보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지원서로는 서류통과조차 하기 어렵다. 설령 합격하더라도 만족할만한 회사가 아닐 확률이 높다. 마구잡이로 뿌린 서류가 합격하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 경우이기 때문이다. 회사 맞춤형이 아니어도 일단 서류를 통과시키는 경우, 어디에 내놓아도 합격할만한 훌륭한 지원서였기 때문인 경우. 전자라면 마땅히 기뻐할 일이 아니며, 후자라면 지원자 스스로 역량이 아깝다고 느낄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을 너무 아깝게 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마구잡이로 서류를 뿌리는 것은 총을 난사하면서 표적지 중앙에 맞길 바라는 것과 같다. 낮은 확률이지만 언젠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낭비되는 총알이 비교불가 수준으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다. 그렇게 우연히 중앙을 맞추더라도, 사수의 사격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일종의 제안이자 마케팅이다. 그 과정 역시 지원자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단지 취업만이 아닌,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해 기업을 선택하는 방법을 3가지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1. 우선 순위를 정하자.
모든 조건이 완벽한 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앞서 직업군을 선택할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아는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더 중요하고, 시간적으로도 우선해야 한다.연봉, 출퇴근 거리, 채용공고에서 알 수 있는 사내 분위기(복지제도, 조직문화) 등 객관적인 요소들 간의 우선순위를 정해보자. 잡플래닛 후기는 객관적인 요소가 아니다. 철저히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직원들의 실제 업무분위기와 그것이 본인과 맞을지는 그곳에 있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좋은 상사, 사수를 만나는 것이 사실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은 입사 전에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심지어 입사 후에도 인사이동 등 많은 변수가 있죠. 그러니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두고 미리 고민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나름의 기준을 세워보자. 이를테면, ‘연봉 얼마 이상’, ‘통근 한시간 이내’, ‘자유복장’ 등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세워보는 기준은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아닌 지원하지 않을 회사를 거르기 위한 기준이다. 채용공고를 보며, 여기서 세운 기준 이하의 기업들은 제외해주면 된다. 여러분의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절약시켜 줄 것이다.
2. 업계특성에 대해 공부하자.
입사 후 업계 특성을 알아가기에는 이미 늦는다. 입사 전에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많이 있다. 충분히 알아보고, 자신의 특성과 비교해보자.
마케터를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마케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마케팅에도 온/오프라인, 퍼포먼스, 그로스해킹, 디지털, 세일즈 등 다양하게 분야를 나눠볼 수 있다. 해보기 전에는 어떤 분야가 나에게 맞을지 모르고, 신입이라면 벌써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할 필요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분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와 어떤 분야가 어울릴지 고민해보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그것을 토대로 회사를 선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커리어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벌어질 것이다. 심지어 여기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 입사 경쟁에서도 매우 유리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케팅을 하는 회사라면 인하우스/대행사로 나눠볼 수도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인하우스는 특정 브랜드의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것, 대행사는 다양한 인하우스의 요청을 받거나 제안하여 직접 실행하는, 말그대로 대행의 역할을 한다. 인하우스는 관심 있는 브랜드나 제품을 깊게 공부하고 마케팅의 방향성을 제시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해당 제품 외에는 접해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을 것이고, 대행사는 반대로 다양한 제품과 다양한 분야의 마케팅을 경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행이 가지는 한계를 그대로 물려받을 것이다.
같은 마케터라도, 어느 현장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근무환경이 아예 다를 수 있다. 자신에게 어디가 더 어울릴지, 지금 자신의 커리어단계에서 필요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충분히 고민해보면 좋겠다. 마케터가 아닌 다른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직업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공부해보자. 당장 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취업 이후 회사생활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여기서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 기업 자체의 성장 가능성을 보자.
기업의 성장이 곧 자신의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해당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망할 수 있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사례는 접어두더라도, 성장세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기업과 성장 후 안정화 단계인 기업과,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기업의 업무환경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성취 지향적이다. 본인이 욕심을 내는 만큼 인정받을 기회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업무 체계가 덜 잡혀 있을 수 있다. 반면 안정화 단계인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보다 업무 프로세스와 체계화에 집중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도 여기서 발생한다. 하지만 같은 대기업일지라도 성장세에 따른 업무 환경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부서별로 분위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종종들을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스타트업도 업계 내 위치에 따라 업무 환경이 많이 다를 것이다. 이 단계는 워낙 기업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같은 기업에 지원하더라도 지원하는 시점에 따라 입사 후 마주하게 될 업무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정도로 충분할 것 같다.
가고 싶은 회사를 신중하게 고르자. ‘일단 지원해보지 뭐’는 그 다음 단계이다. 그러나 잊지 말자. 기업이 여러분을 선택하기 전에, 여러분이 먼저 기업을 선택한다. 눈치를 볼 것도 없고, 기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곳이 아니라면 안될 이유도 없다.
합격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이후 직장생활 하루하루는 여러분의 일상이 된다.
이것만큼은 꼭 명심한 채로 지원할 기업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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