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의 한 줄 요약은 첫 문장이다.
지금 이 순간 결정된 것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이 이 글의 첫 문장을 읽고, 이 글을 끝까지 읽을지,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이다. 판단의 요소는 오직 위의 첫 줄, 첫 문장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글쓰기에서 첫 문장은 중요하다. 그것은 자기소개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명한 시와 소설의 첫 문장만 모아놓은 글이 있을 정도로, 첫 문장이 가진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많은 사람들이 첫 문장에 강렬한 임팩트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임팩트만 준다고 해서 성공적인 첫 문장이 될 수는 없다. 임팩트만 강한 첫 문장은 제목 낚시와 다를 바가 없다. 기대만 잔뜩 하게 해 놓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어그로를 끌지 않은 것만 못하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에서 첫 문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첫 문장의 목적을 통해, 어떻게 하면 첫 문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첫 문장의 목적 1. 끝까지 읽고 싶게 만들기
훅(hook)은 낚싯바늘이라는 뜻과 함께, '글에서 독자의 흥미를 끄는 사건이나 문장'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첫 문장은 일종의 훅으로 기능해야 한다. 첫 문장으로 독자(인사담당자)를 낚았다면 물 밖으로 꺼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독자의 흥미를 끌었다면 그 추진력으로 글의 끝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문장의 첫 번째 목적이다. 그걸 가장 쉽게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가 첫 문장에서 임팩트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첫 문장에 집착하지만, 정작 그 에너지를 글의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점은 놓쳐버리곤 한다. 반면, 때로는 평범한 문장으로도 물 흐르듯 글의 끝까지 인도하는 글도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첫 문장에서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주느냐'가 아니라, '첫 문장으로 하여금 글의 끝까지 도달하게 할 수 있는가'이다. 첫 문장에서 임팩트를 주었다면 글의 흐름 내내 그 결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글이 지루해지지 않는다.
첫 문장의 목적 2. 기억에 남게 만들기
노래에서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도록 의도한 부분을 훅(hook)이라고 하며, 훅이 곡의 중심을 차지하는 노래를 후크송이라고 한다. 채용담당자는 많게는 몇 천장의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한 자소서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검토할 수도 없고, 읽었던 모든 자기소개서를 기억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그러니, 면접에 가서 앉았는데 면접관이 나의 자기소개서를 기억한다면? 이미 반은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다. 면접은 현장 분위기가 금세 자신의 태도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면접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고, 우선은 자기소개서 작성으로 돌아가 보자. 서류 1차 통과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글은 기억에 남아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 문장만 읽고도 뒤의 내용들이 기억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소개서를 두 번, 세 번 읽게 하며 피로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첫 문장과 뒷 내용에 대한 기억 연합이 일어나야, 첫 문장 자체도 기억에 남는다. 즉,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
위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첫 문장이 모든 내용을 관통해야 한다. 다시 이 글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자기소개서의 한 줄 요약은 첫 문장이다.
문장을 보고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가? 문장이 기억에 남거나, 문장을 보고 이어지는 내용들이 기억나는가? 물론 이 글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위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 첫 문장이 이어지는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첫 문장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것이 기본이고, 문장력은 그다음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는가?
그것은 다른 글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억지로 '멋있어 보이는 문장'을 쓰기 위해 애쓰지 말자. 평소에 충분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친구와 맥주 한 잔 하는 자리에서도 무심코 뱉은 말이 촌철살인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억지로 꾸며낸 말은 읽는 사람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좋은 문장 쓰기는 갑자기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멋들어지게 꾸며진 문장보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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