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서 가장 피해야 할 해악이 있다면 무엇일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진부함이다.
이미 이전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었다.
오늘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의 도움을 구하는 항목, 장단점에 대해 다뤄볼 차례다.
보통 취업이나 입시를 앞두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것을 글로 남기는 경우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취업을 앞두고 급하게 장단점을 작성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자기 객관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곤 한다.
"내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냐..?"
질문을 받은 친구가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주든, 장난스레 약 올리는 듯한 답변을 하든, 명쾌한 해답을 얻기는 힘들다. 막상 어떤 대답을 들어도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다시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의 장단점 항목은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우선 가장 최악인 진부함을 피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진부한 글은 읽는 것조차 고역이다. 진부한 장단점 소개의 전형적인 패턴은 아래와 같다.
장점: 성실함, 정직함, 열정적인 태도, 꾸준함, 노력하는 자세, 도전적인 태도, 친화력, 배려, 주도적인 스타일(리더십)
컨설팅을 하며 만나는 자기소개서의 90%는 위에 나열한 요소들 중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물론 위에 나열한 속성들은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쟁력은 전혀 갖출 수 없다. 첫 번째로, 자신의 장점으로 위의 요소들을 말하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자기소개서의 글이나 몇 분 내외의 면접을 통해서는 위에 나열한 장점에 대한 증명이 어렵다. 하지만 더 참담한 진부함을 뽐내는 부분은 단점이다.
단점: 지나치게 꼼꼼함(신중함), 지나치게 도전적, 지나치게 주변을 챙김, 지나치게 서두름...
대부분의 자기소개서는 위와 같은 단점인지 장점인지 애매한 요소들을 단점으로 제시 후, '그러나 이런 단점은 어떤 노력을 통해 극복하여, 장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라는 뉘앙스로 작성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전혀 신빙성이 없을뿐더러, 심한 경우 고민이 충분하지 않아 보이기까지 한다.
진부하지 않은 장단점은 어떻게 작성되어야 할까? 최근 많은 관심을 받은 아이폰 12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보자. 당신이 아이폰 12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특징들을 찾아보고 장단점을 비교해보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부함을 느꼈는가 생각해보자.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아이폰 12의 광고, 혹은 아이폰 12를 소개하는 글에서 아이폰의 장단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고 상상해보자
<아이폰 12의 장단점>
장점: 빠른 칩셋, 선명한 화면, 고화질의 카메라
단점: 취향을 탈 수 있는 디자인, 최적화를 통해 사용시간은 같으나 줄어든 배터리 용량, 너무 많은 인기로 인한 사전예약 경쟁
진부하지 않은가? 위에서 제시한 장점은 요즘 스마트폰이라면 어떤 기종이든 갖추고 있는 것들이다. 즉, 아이폰만의 장점이 아니다. 그리고 기준이 모호하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와 닿지 않는다. 단점은 어떤가? 처음에는 '저게 단점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무용한 정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자기소개서 장단점이 위와 같이 쓰인다.
진부하지 않은 장단점의 핵심은 명확한 타겟팅이다. 그 어떤 요소도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지원하는 직무에 따라, 한 속성은 장점이 되기도,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장점이기만 한 속성도 없으며, 단점이기만 한 속성도 없다. 이것을 단점인 듯 은근슬쩍 장점을 자랑하는 방식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장단점을 작성한 것을 보면, 직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이폰 12의 애플 광고를 보면 애플이 소비자(아이폰 사용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에도 새로운 디자인을 내세우고, 맥세이프를 내세우고, 세라믹 글라스를 내세우는 것이다.
구체적인 작성법과 예시는 다음 글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제안을 한 가지 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최소한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서라면, 친구에게 자신의 장단점을 묻지 말자.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일을 남에게 묻곤 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고민과 결정은 오직 스스로 할 때만 유의미하다. 특히,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는 착한 그 친구는 당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지 몰라도, 당신이 지원할 회사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대신, 자기소개서를 다 작성하고 친구와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는 휴식시간에 질문해보는 것은 언제든지 추천한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일을 취업이라는 잠깐의 과정에 떠밀려서 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취업을 준비중인 취준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입/경력 자기소개서] 당신의 어필이 통하지 않는 이유 (0) | 2020.12.17 |
---|---|
[화상면접] 비대면 시대의 취업전략 및 화상면접 주의사항 (0) | 2020.12.10 |
[면접사례분석]가짜사나이 2기 면접 영상을 통해 배워야 할 점 (0) | 2020.09.06 |
잘 대답한 면접이 최악의 면접이 될 수 있다. (0) | 2020.08.30 |
[자기소개서]지원동기 작성법: 회사에 대한 찬양은 필요없다. (0) | 2020.08.23 |
댓글